이 녀석이 어쩐 일로 올해는 꽃송이가 엄청 크게 피었다.
작년 가을 분갈이를 하면서
뿌리둘레에 돋아난 곁다리들을 떼어내 포기나누기를 한후
잎들이 양방향으로 가지런하던 것들이
무슨 연유인지 사방으로 제맘대로 뻗어나가
영 낯 선 모습이 되더니, 예년과 달리 꽃이 아주 탐스럽게 피어올랐다.
이 녀석의 어릴때 모습이다.
단정하고 가지런했던 모습은 이젠 간데가 없다.
원래 고향이 남아프리카라고 하는데
따듯한 고향을 떠나서도 추운 겨울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묵묵히 견디어
이른 봄 주인장을 즐겁게 해주니 참 기특한 친구다.
어쩌다 君子蘭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
사실 이 친구는 蘭科의 식물이 아니고
백합목 수선화과의 식물이라고 한다.
게다가 동양보다는 독일, 네델란드,벨기에등지에
많이 분포해 있다고 한다.
아무려나, 요즘은 초라한 베란다에서 왕자의 자리를 뽐내고 있는
이 친구 덕분에
세상사 갈수록 치졸무쌍, 치기만만한 이 시절에
시름 잊고 봄날을 보낸다.